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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의 함정(2)
경매절차에서 매각물건명세서에 유치권 신고자가 있다고 기재된 경매 목적물을 싼 값에 낙찰 받으려는 사람들이 많다.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신고한 사람이 허위 유치권자이거나 실제 채권액이 신고한 것 보다 적으므로, 이런 물건을 낙찰 받으면 큰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허위 유치권자임을 밝히거나 실제 채권액을 밝혀내어 큰 이익을 남기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유치권에 관한 법리가 그렇게 만만한 것도 아니고, 유치권이 실제로 성립된 것인지, 효력은 어느 범위까지 인지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법률 전문가들도 쉽사리 판단하기 어렵고, 법원 판결도 1, 2, 3심에서 서로 엇갈리기도 한다.
유치권의 특성을 살펴보자. 유치권은 법정 담보물권이다. 유치권자는 채권의 변제를 받을 때까지 누구에 대해서도 유치적 효력으로 대항할 수 있다. 심지어 유치권 성립 전에 저당권을 취득한 저당권자에 대하여도 대항할 수 있다. 목적물에 관하여 저당권에 기하여 경매절차가 개시되어 낙찰이 되는 경우, 인수(引受)주의에 따라 유치권의 부담이 매수인에게 인수되므로, 유치권자는 매수인에 대하여 유치권으로 대항 할 수 있다. 유치권 부담에 대한 입찰희망자의 주관적 위험만큼 낙찰가격이 저하되고 극단적으로는 남을 가망이 없는 경우(무잉여)임을 이유로 매각절차가 취소되는 사태까지 생기게 된다.
그 결과 유치권 성립 전에 근저당권을 설정 받은 저당권자의 이익이 크게 훼손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저당목적물에 대한 담보가치 평가가 불가능하게 된다. 유치권자의 등장은 경매절차의 지연과 낙찰가의 저하를 초래하고 담보책임을 둘러싼 분쟁이 유발될 수도 있다. 채무자는 이 점을 악용하여 제3자와 통모하여 집행방해 수단으로 가장의 유치권자를 내세우기도 한다. 유치권으로 인하여 담보물권 질서가 교란되고 집행절차상의 불투명성과 불안정성이 커지게 된다.
유치권의 성립 여부나 효력 범위가 문제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민사 유치권의 경우는 피담보채권이 ‘그 물건에 관하여’ 생긴 것이어야 한다. 그 물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인지 여부는 유치권 신고서만으로는 파악하기 힘들다. 결국 재판으로 가 봐야 유치권이 성립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요즘 자주 문제가 되는 상사 유치권은 더 어려운 문제가 있다. ‘상행위로 인한 채권’이어야 하는데 이 또한 유치권 신고서만으로는 쉽사리 판단할 수 없다. 상사 유치권은 선순위 저당권과의 성립 순서에 따라 효력 범위가 달라지기도 한다. 상사 유치권에 대해서는 새로운 판례도 많이 나오고 있다.
유치권 신고가 된 물건을 낙찰 받으려고 하는 것은 폭탄을 사는 것과 같을 수 있다. 그 폭탄이 실제로 폭발할 것인지, 화약 없는 껍데기 폭탄인지는 낙찰 단계에서는 알기 어렵다. 경매에서 가장 큰 함정 가운데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신중한 판단을 하여야 한다.
(출처: 한국주택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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